인도에서 인사드립니다.

샬롬! 사랑하는 담임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성도님들께 인사드립니다.

담임목사님과 성도님들의 사랑과 기도로 저희들은 건강히 잘 있습니다.

얼마 전 함께 사역하는 인도 목사의 소개로 슬럼가 지역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슬럼가 지역에 천막으로 만들어진 교회와 그 교회 성도들과

담임자를 만나고 왔습니다. 주일 날 80명의 성도들과 50명의 아이들이 예배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소원 역시 소박한 것인데요.

비닐하우스로 지어진 교회가 아닌 비가와도 태풍이 와도 견딜 수 있는 교회를 세웠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함께 기도하며 슬럼가 지역을 나왔을 때, 순수한 영혼의 모습들을 바라보니 제 영혼이 더욱 맑아진 느낌입니다.

1달러로 생활하는 그들... 인도 사람들에게 조차 외면 받는 불가촉 천민들...

슬럼가 지역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모습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척박한 이 땅, 메마르고 가난한 이 땅이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으며 달려나갈 것입니다.

오늘 유난히 127년전 미국에서 조선 땅으로 건너 온 언더우드 선교사의 기도문이 떠오릅니다. 1885년 4월 5일 부활절 눈부신 햇살아래 낯선 제물포항에 처음 내린 그분은 무슨 꿈을 꾸었을까?

그리고 나는 이곳을 향해 어떠한 꿈을 꾸며 나아가야 하는가?

오랜만에 밤하늘을 쳐다봅니다. 며칠간 비가 멈추지 않아서 였나 오늘 첸나이 달은 유난히 밝은 빛을 내는 것 같습니다. 더해가는 달빛을 보면서 언더우드 선교사님의 기도를 되새깁니다.

주여!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주님 메마르고 가난한 땅

나무 한 그루 시원하게 자라오르지 못하고 있는 땅에

저희들을 옮겨와 심으셨습니다

어떻게 그 넓고 넓은 태평양을

건너왔는지 그 사실이 기적입니다

주께서 붙잡아 뚝 떨어뜨려 놓으신 듯한 이곳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은 고집스럽게 얼룩진 어둠뿐입니다

어둠과 가난과 인습에 묶여 있는 조선 사람뿐입니다

그들은 왜 묶여 있는지도,

고통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고통을 고통인 줄 모르는 자에게

고통을 벗겨주겠다고 하면

의심부터 하고 화부터 냅니다

조선남자들의 속셈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나라 조정의 내심도 보이질 않습니다

가마를 타고 다니는 여자들을

영영 볼 기회가 없으면 어쩌나 합니다

조선의 마음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 순종하겠습니다

겸손하게 순종할 때 주께서 일을 시작하시고

그 하시는 일을 우리의 영적인 눈이

볼수 있는 날이 있을 줄 믿나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 라고

하신 말씀을 따라

조선의 믿음의 앞날을 볼 수 있게 될 것을 믿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황무지 위에

맨손으로 서 있는 것 같사오나

지금은 우리가 서양귀신

"양귀자" 라고 손가락질 받고 있사오나

저희들이 우리 영혼과 하나인 것을 깨닫고

하늘나라의 한 백성, 한 자녀임을 알고

눈물로 기뻐할 날이 있음을 믿나이다

지금은 예배드릴 예배당도 없고 학교도 없고

그저 경계의 의심과

멸시와 천대함이 가득한 곳이지만

이곳이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주여! 오직 제 믿음을 붙잡아주소서